언론보도

언론보도

[6·16가사노동자의날②] “집안 물건 찾다가 안보이면 우리부터 의심해”

가사협
2018.06.27 14:50 1,774 0

본문

20180616142917208.jpg

▲ 6월 16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전국가정관리사협회가 제7회 국제가사노동자의 날 기념 ‘가사노동자 존중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 및 인식개선 캠페인’을 열어 가사노동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6월 16일 제7회 국제가사노동자의날을 기념해 가사노동자들은 ‘가사노동자는 당당한 노동자’임을 표명하고 인식 개선 캠페인에 나섰다. 이날은 2012년 101차 ILO(국제노동기구)가 총회에서 국제가사노동자의 날’로 선언한 날이다.

사노동자들은 일터인 고객의 ‘집’을 청소하고 더 나은 환경을 만드는 직업인이라면서, 인식개선 운동을 통해 가사노동자가 사회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 오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전국가정관리사협회 소속 가정관리사들은 가사노동을 하면서 직접 겪었던 경험을 발표하면서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한 채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자신들이 보호받을 수 있도록 가사노동자 존중법 제정을 촉구했다.


김순덕 전국가정관리사협회 인천지부 가정관리사 <도난 사례>

우리는 가정 안에서 청소와 빨래 음식만들기 등을 하는 가정관리사입니다

사람을 돌보는 일이 아니고 가사만 전문으로 하다보니 고객이 안 계신 집안에서 혼자 일 할 때가 많습니다. 고객이 계시지 않아도 일 할 시간이 바쁘기에 시간을 쪼개어 열심히 땀 흘리며 하지요.

우리 관리사들에게 제일 속상하고 안타까운 일은 고객께서 물건을 찾다가 안보이면 낯선 이가 드나든 것은 관리사밖에 없다고 하며 저희를 의심하는 것입니다. 자주 안 쓰거나 귀해서 너무 깊숙이 보관하거나 잘 둔다고 맨 날 두던 장소가 아닌 곳에 두거나 철 지나서 내년에 쓰려고 잘 넣어둔 물건들은 다음에 찾으려하면 어디에 뒀는지 잘 모를 때가 많습니다.

여러번 이런 도난건이 접수되었으나 나중에 다 물건이 집안에서 나옵니다. 한 고객의 여권을 가져갔다고 하는 황당한 전화에는 정말 힘들었습니다. 당시에 관리사의 가족이 중국에서 사업을 하고 있었는데 여권을 훔쳐가서 중국쪽에 넘기면 그 여권이 세계로 다니면서 쓰일 수 있기에 훔쳐 갔다는 거였어요. 화만 내는 고객을 달래가며 조금씩 물어본 결과는 당일에 분실한 것이 아니고 몇 개월 전인지도 모르는 지난번 여권을 쓰고 난후에 어디에 뒀는지도 잘 모르는 상황이었어요. 워낙에 집안에 쌓인 물건들이 많아서 쓰려고 찾다가 얼른 안보이니까 관리사가 가져간게 아닌가 하다가 의심이 점점 발전해서 스토리를 만들어간 거지요. 하루종일 열번도 더 전화해서 지인에게 알아보니 어떻다더라 출입국관리소 쪽에 알아보니 어떻다더라 하니 너무 시달려서 나중엔 그냥 경찰서로 사건 접수를 하자고 하니 증거 없이 어떻게 신고하냐 경찰에선 어떻게 수사하겠냐고 하더니 도리어 화를 내셨습니다. 그 다음부턴 아무말씀이 없었습니다. 잘 찾았기를 바랄 뿐이었지요. 황당하고 마음이 아파서 기운이 쭉빠지고 일할 용기가 없어지더라고요.

가끔 한번씩 이런 일들이 힘들게 하는데 저희를 믿어달라는 당부밖에 할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제도권 안에 들어가 사회적으로 더 안정된 직업으로 알려지고 인정받으면 이런 일들이 더는 안 일어날 거라고 희망을 가져봅니다. 신뢰받는 일자리에서 일하고 싶습니다. 정부와 국회에서 하루빨리 가사노동자 존중법을 통과시켜주시기를 기다립니다.
 

김연자 전국가정관리사협회 부천지부 가정관리사 ‘서비스 요금 체불 문제’

저는 전국가정관리사협회 부천지부 가사관리사 김연자입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서비스를 하면서, 고객 아이 유치원 챙겨 보내고, 픽업도 마다하지 않고 가사일을 하다가, 제가 무리하게 일을 해서 몸이 아파 건강상 이유로 가사일을 그만두게 되었는데 서비스요금 1개월치 88만원을 입금하지 않고, 오늘 내일 차일 피일 미루기만 해서 집에도 찾아가서 약속을 받아냈어도 번번히 약속을 지키지 않았습니다. 금방이라도 줄 것처럼 지금 은행이다. 오늘 몇시까지 입금 된다, 내일 친구가 빌려 주기로 했다하면서 미루기를 수십차례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고객댁으로 다시 찾아갔는데, 벨을 눌러도 기척이 없어 다시 되돌아오기를 몇차례, 고객이 이사계획이 있다는 얘기를 서비스 하면서 들었던 얘기가 퍼뜩 생각이 나서 제 마음은 더 바짝 타들어 갔습니다. 서비스요금 안주고 이사가시려고 그러시나 싶어 저녁에 잠도 잘 오지 않고, 고객에 대한 서운한 마음과 서비스요금을 떼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으로 지내기를 며칠, 고객을 만날 수가 없어 하는 수 없이 고객 자녀 유치원을 찾아가 선생님께 아이가 유치원 그만둔다는 얘기 없었느냐고 조심스럽게 여쭤보니, 이번주까지 다니고 다른 곳으로 옮기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어떻게든 고객 얼굴을 보고 얘기를 해야 해결이 될 거 같아, 이른 저녁을 먹고 고객댁으로 다시 찾아 가 벨을 눌렀으나, 여전히 정적만이 가득찬 복도에서 저는 마지막이다라는 심정으로 아이이름을 크게 불렀습니다. 바로 그 때 깜짝 놀란 얼굴로 고객이 문을 열고 들어오라고 하더군요. 고객은 저에게 본인의 현재 어려운 상황을 얘기하고 미안하다는 사과와 함께 서비스요금을 주셨습니다.

저는 이번 일을 겪으면서 가사관리사의 현실을 깨닫는 뼈아픈 시간이 되었습니다. 가사일을 하시는 분들이 노동자라는 사회 인식도 낮은 상황에서 임금을 떼이면 법적으로 보상을 받을 수 없는 누구에게도 보호받지 못한 현실에서 한없이 약자 일 수밖에 없는현실 앞에, 가사관리사가 노동자성을 인정받고 4대보험이 되는 직장인 이었다면, 이런 일은 겪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과 함께 그동안 협회에서 ‘가사노동 사회인식 캠페인이다’ 가사노동자성 인정하라는 토론회다 하며 함께 하자는 얘기를 귀담아 듣지 않았다는 부끄러운 마음과 함께 ‘당당한 노동자로 인정’받기 위해선, 당사자인 내가 주인으로서 요구하지 않으면, 결코 그 누구에게도 인정받지 못하리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가사노동자가 노동자로서 존중받는 그 날을 위해 오늘 이 자리에 함께 한 가정관리사 분들이 계셔서 힘이 납니다.

건강한 노동, 가정관리사의 아름다운노동을 위해 화이팅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한현주 전국가정관리사협회 서울지부 가사노동자 <당당한 노동자>

저는 베이부머 세대로 돌봄 노동을 하고 있습니다. 백세시대 고령화시대를 맞이하여 비교적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노동현장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제 또래 여성들 중에는 일을 하고 싶고 돈을 벌고 싶고 시간을 가치 있게 쓰고 싶다거나 자녀들에게 의지하지 않고 자립하고 싶어 하는 여성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노동 현장이나 새로운 일에 도전 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에 주저하고 망설이기도 하고 남들이 노동하는 자신을 얕잡아 보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선뜻 일터에 나가지 못하기도 합니다.

전 전업주부였었지만 일을 갖고 싶어 여성인력센터를 찾아 여러 가지 과목을 배워보기도 하고 도전하기 위해 많은 정보를 찾았습니다. 그리고 내가 고령임에도 도전하고 해 낼 수 있는 돌봄 노동을 선택하였습니다.

지금 시대에 맞게 고령의 여성에게 아이를 돌보거나 산모를 돌보는 일자리는 많아지고 있습니다. 돌봄이라는 노동이 육체적인 노동과 때로는 감정노동까지 다양한 서비스까지 포함하고 때론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하기도 하기 때문에 쉬운 일은 아닙니다.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오랜 시간 실생활에서 겪어온 여러 가지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과 육아경험까지 포함한 고령의 여성만이 일 할 수 있는 특화된 일자리가 아닌가싶습니다.

흔히들, 나이 들어서 일한다 하면 가엾게 생각하고 동정하는 말을 듣기도합니다. 쉬셔야 할 텐데…. 이런 말이죠. 그런 눈길을 뒤로 하고 아침에 일어나 일터로 향하는 발걸음에선 유행가 가사처럼 “내 나이가 어때서”라는 노랫가락이 절로 나옵니다. 활기차게 움직이는 도시의 수많은 인력 틈에서 난 아직 쉬지 않고 경제활동을 열심히 하는 은퇴한 고령자가 아닌 일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고령자로 너무나 가치 있는 근로의 기쁨을 만끽합니다.

스스로를 살리는 길은, 항상 부지런해지고 열심히 일하는 것이라고 배워왔고 실천하고 있는 지금이 참 다행이라고 생각 합니다. 더불어 지켜지는 건강은 커다란 보상이겠지요.

오늘도 열심히 일하는 여성 돌봄 노동자 여러분! 당신들의 그 열정과 굳건함에 존경과 따뜻한 위로를 함께 하고 싶습니다.


강순애 전국가정관리사협회 안산지부 가정관리사 <당당한 노동자>

저는 현재 가정관리사 일을 10년째 하고 있습니다.

오늘도 고객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부지런히 출근길에 나섭니다. 오늘은 두 곳에서 일을 합니다. 반갑게 맞아주시는 고객님, 혹은 빈집에 홀로 들어가는~다행히 좋은 고객과 맺어져서 오랜 시간 인연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내 집이라 생각하고 일을 하는 관리사이면서 가족같이 생각하시는 고객과의 합이 좋습니다. 물론 예의는 지키지요. 더울 땐 시원한 음료를 추울 땐 따뜻한 음료를 에너지 떨어지는 오후에 주신 초콜릿 하나는 천군만마 같은 응원이 됩니다. 저희 동료 한 분은 몸이 아파 수술을 하셨는데 고객의 배려와 응원을 받았습니다. 병원비(50만원)를 지원해주시고 치료 후 출근 할 수 있도록 배려를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이거야말로 당당히 일하는 관리사 아닐까요?!

우리가 하는 일이 하찮다고 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관리사를 응원하고 배려해주는 고객들 때문에 언제나 당당하게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제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깨끗하게 정리된 집은 정말 기분좋게 합니다. 아무리 과학이 발달하고 로봇이 상용화 된다 해도 돌봄은 사람의 손길로 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일을 할 수 있을 때까지 즐겁게 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법으로 보호받는 노동자이고 싶습니다. 일하다 다쳐도 병원에 가는 것이 부담이 안 되는 그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http://www.womennews.co.kr/news/142723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